

‘Less, But Better’. 디터 람스가 한 평생 추구해온 문장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남겼고 그가 전 세계 산업 디자인에 미친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적을수록 좋지만, 그는 거기에 한 가지 가치를 더했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 반 평생을 브라운에 몸담으며 남긴 그의 눈부신 궤적들을 아래에서 살펴보자.




브라운 SK4 턴테이블 · 1956년
오디오 디자인의 역사를 새로 쓴 ‘SK4’. 간결하고 깔끔한 외형을 갖춘 라디오 겸 턴테이블로, 육중했던 기존의 디자인을 탈피해 콤팩트한 올인원 시스템으로 제작됐다. 아울러 전면에 있던 컨트롤 버튼을 모두 상단으로 옮기고, 투명한 아크릴 소재로 덮개를 만들었다. 제품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경쟁사에서는 아크릴 소재를 비꼬며 ‘백설 공주의 관’이라 불렸다고. 하지만 편리성 덕에 결국 빛을 보았고, 전 세계 음향기기 디자인의 표준이 됐다.

브라운 콤비 DL5 · 1957년
브라운의 초기 전기면도기 모델. 알프레드 뮐러(Alfred Müller)와 디터 람스가 공동 디자인한 제품으로, 곡선형 모서리를 택해 그립감을 더욱 높였다. 이후 브라운 전기면도기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브라운 T3 포켓 라디오 · 1958년
혁신의 아이콘 애플(Apple)에도 원조가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이팟과 쏙 빼닮은 본작은 1958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T3 포켓 라디오’.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는 “사실 디터 람스의 영향을 받았다. 그를 존경한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디자인이 디터 람스 제품의 오마주임을 밝힌 바 있다.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됐으며 용도에 따라 공간적 분리가 느껴질 수 있도록 간결한 형식을 지닌 제품. 더욱이 사용자가 뒤로 물러서면 소리의 주목도가 커지도록 설계됐다고.

브라운 TP1 · 1959년
‘T4’ 휴대용 라디오와 미니 턴테이블을 결합한 ‘TP1’. 디터 람스가 스스로 ‘최초의 워크맨’이라 불렀던 휴대용 스테레오 시스템으로, 오로지 직사각형과 원으로만 구성된 단순한 디자인을 뽐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다른 턴테이블과 달리 아래에서 올라온 바늘에 의해 레코드가 재생된다는 점. 브라운의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한 번에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브라운 TS45, TG60 · 1964년, 1965년
앞서 언급한 SK4 가 진보된 형태. 오디오, 라디오, 스피커의 위치를 자유롭게 배치해 쓸 수 있도록 모듈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스케일 주위에 L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버튼을 배열하여 많은 작동을 가능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명료함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

브라운 ET66 · 1987년
‘Less But Better’ 철학의 정점에 있는 ‘ET66’은 디터 람스와 디트리히 루브스(Dietrich Lubs)가 함께 디자인했다. 기능에 따라 노란색, 녹색, 빨간색으로 구분한 점이 포인트로 둥근 버튼과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을 통해 직관적인 사용을 돕는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모두를 위한 디자인’쯤 되겠다. 초창기 아이폰 계산기 앱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친 제품 중 하나.

비초에 606 유니버셜 쉘빙 시스템 · 1960년
디터 람스는 제품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언제나 ‘삶’이라는 환경 속에서 생각하려고 했다. 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606 유니버설 쉘빙 시스템’은 원하는 형태로 조립해 쓸 수 있는 모듈 가구. 거실의 수납함 혹은 옷방 행어, 서재 책꽂이 등 각자 삶의 방식에 따라 무한히 변신을 거듭한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그의 디자인에는 사용자를 고려하는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비초에 라운지체어 프로그램 620 · 1962
앞서 소개한 606 선반 시스템과 함께 비초에 대표 가구로 손꼽히는 제품이다. ‘라운지체어 프로그램 620’에는 오래도록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의자에 대한 그의 고민이 고스란히 집약돼있다. 올리브 브라운, 오프 화이트, 초콜릿, 시나몬 등 클래식한 컬러를 채용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라고. 좋은 가구는 혁신적, 실용적, 지속적이여 한다는 그의 고집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더욱 소장 가치를 더한다.

디터 람스는 비단 제품 업적만을 남긴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 불릴 만큼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디자인과 디테일의 유사점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찬사의 결과였을까. 그의 철학은 여전히 많은 디자이너들의 초석이 되고 있으며, 그렇기에 다수의 작품들을 보면 마치 디터 람스의 철학을 반증하는 듯 하다.







애플 전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영감의 원천이자 나의 롤모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플의 하드웨어에서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의 모든 디자인적 중심에 또 다른 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조너선 아이브는 공공연하게 디터 람스를 애플 디자인의 영감의 원천이자, 롤모델로 언급했다. 그는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제품들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바.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마저 떠난 애플이지만, 애플은 여전히 가장 훌륭히 디터 람스의 유산을 재창조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필요 없는 것을 없애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 디터 람스가 추구하는 철학이자 애플 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터.
대표적으로 아이팟은 브라운의 T3 포켓 라디오에서, 레코드 플레이어 SK-4와 포켓 리시버는 아이폰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졌다. 또한 ET66 계산기를 빗대어 탄생한 아이폰의 계산기 화면까지. 처음 아이팟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일각에서는 원형 다이얼과 형태를 따르는 기능, 화이트 톤으로 애플의 독창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모든 산업 디자인에 혁명을 일으켰고, 결국 애플에서 조너선 아이브의 역할을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결실로 표명됐다. 조너선 아이브는 "브라운은 대담하고 순수하며,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일관된 그리고 정직한 디자인이다. 한눈에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라며 디터 람스를 칭송하기도. 더불어 브라운 T1000과 애플 맥 프로, 브라운 LE1과 아이맥 그리고 적외선 발신기와 아이사이트 역시 디터 람스 디자인의 연장선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후카사와 나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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