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다가 필요할 때 비로소 그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절제와 간단함 그리고 합리성을 강조하며 20세기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인물,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이야기다. 단순히 군더더기 없는 것이 아니라 기능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것만 남겼다는 그의 디자인에 주목하다 보면, 유행을 따라가기 바쁜 요즘 시대 디자인이 기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게 한다.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시작해 브라운(BRAUN)의 주축이 되는 제품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수 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의 디자인이 꾸준히 회자되는 걸 보면 일시적인 과거에 대한 향수는 아닐 테다.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더 이상 완벽할 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 디터 람스의 모든 것을 담았다.









1932년 독일의 중부 도시 비스바덴(Wiesbaden), 교사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디터 람스. 그의 디자인 인생은 목수 장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작업장을 찾으면서 일찍이 시작된다.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 곁에서 갖은 도구와 연장을 익히고 목공 기술을 배운 덕분에 1948년, 비스바덴 예술대학에 진학해 건축과 인테리어를 공부한다. 이론 중심의 대학 공부에 회의를 느낀 람스는 학업을 중단 후 공방에서의 실무 경험을 쌓고, 이후 학업을 재개해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 과정을 마무리한다. 졸업 후 2년여간 오토 아펠(Otto Apel) 건축사무소에서 일하지만 당시에도 인테리어 관련 작업을 할 때 역량이 더욱 크게 발휘되었다고 스스로 회고하는 등 디자인에 관한 관심도 못지않았다고. 시기적으로도 2차 세계 대전 후 나치 정부의 지배 아래 재건되는 독일의 사회상과 맞물려 그 관심과 열정을 뒷받침할 다양한 기회를 맞이한다. 바우하우스 영웅들에 의해 새로운 시대를 위한 건축과 디자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한창이던 때. 디터 람스는 독일의 미국 영사관 건축 작업을 통해 모더니즘을 실제 작업으로 접하게 되며 본격적으로 디자인 세계에 접어든다.







디터 람스와 브라운의 만남
디터 람스는 ‘미스터 브라운’이라고도 불리는 만큼, 브라운(BRAUN)을 빼놓고 그를 논할 수 없다. 브라운과의 역사적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1955년. 브라운 형제는 바우하우스(Bau Haus) 정신을 계승한 울름조형대학(Ulm School of Design)과의 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당시 한창 떠오르기 시작하던 미드 센추리(Mid Century)의 모던한 무드와 어울릴만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구상했고, 디터 람스는 이 점에 반해 당시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음에도 즉시 입사를 결정했다고. 처음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브라운에 합류했지만, 이듬해 본격적으로 제품 디자인을 시작하며 1961년부터 35년간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수석 디자이너’가 된다. 뿐만 아니라 1988년, 당시 디자이너로서는 파격적으로 브라운 임원 자리에 올라 기업 경영 일선에도 참여한다. 여기에는 팀의 합동을 강조하며 팀원의 성취를 존중했던 그의 리더십이 바탕이 됐다.







브라운의 역사
1900년대 중반, 독일 디자인의 대명사였던 브라운. 그 시작은 1921년 엔지니어 막스 브라운(Max Braun)이 프랑크푸르트에 설립한 작은 기계 부품 회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당시 사람을 위한 디자인과 단순성을 강조했던 예술 학교 바우하우스의 원리를 뿌리로 삼고 대량생산과 예술성을 결합한 브라운을 탄생시킨다. 1923년 라디오 안테나를 생산하기 시작하며 사세가 커졌고,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축음기를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파격적인 신제품을 소개하며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1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지금처럼 종합 가전기기 기업이 된 것은 설립자의 사망 후 1951년, 두 아들 에르빈(Erwin)과 아르투르(Artur)가 회사 경영권을 이어받으면서부터의 일. 브라운 전성기의 중심이 되는 디터 람스가 1955년에 입사한 후, 그를 비롯한 디자인 팀은 오디오 시스템부터 커피 머신, 다리미, 라이터, 계산기, TV 등 가전제품 전 분야에 걸쳐 각종 소비재를 만들어내며 브라운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현대적 이미지의 기준을 다진다. 1967년 질레트(The Gillette Company)에 인수되고 해외 시장을 점차적으로 정복하다 2005년 미국의 다국적 기업, 프록터 앤드 갬블(Procter & Gamble Company)로 넘어간 이후 현재는 면도기를 중심으로 제모기, 핸드 블렌더, 전동 칫솔, 적외선 귀 체온계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디터 람스는 1998년 은퇴했지만, 그의 디자인 철칙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브라운의 모토로 남아있다.

디터 람스는 디자인 철학의 기본이 되는 10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영원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기술이나 문화와 마찬가지로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이 원칙은 단순성, 정직성, 자제력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디자인 이론과 실천에 빈번히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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